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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에 간직한 악기를 켜면서

더 이상 노래하지 않는다.

코가 시린 한 겨울의 단칸방에서
부녀가, 모자가 무순(無順)으로 누워
쓰르라미나 베짱이처럼
영혼에 간직한 악기를 켜면서
동요를 혹은 뽕짝을 부르던
한시절의 가족 사진

그녀는 최희준의 하숙생을 불렀다.
열일곱의 나이에 인생은 나그네길을
유장(悠長)하게 부르고
가난한 아버지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인생이 나그네 길인 것을
아아, 십여년을 더 살고서 다시 생각하며
비로소 그 시절을 기억해 내지만
그 때의 노래는 잊고 악기는 녹슬었다.

녹슨 악기를 부여잡고 이제는
다시 부를 수 없는 옛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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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