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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환생

비오는 날
나는 한 마리의 개가 되어 시장엘 간다
내 몸엔 북슬북슬 털이 많아서
비에 젖은 내 몰골은 말이 아니지만
나는 개의하지 않는다
시장 바닥엔 무수한 사람들이 물건을 팔고 사고
어지럽게 돌아다니지만
나는 개의하지 않는다
내 몸엔 흙탕물이 튀어 더럽고
내 주둥이엔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르지만
나는 개의하지 않는다
나는 채소전 앞에 쌓인 버려진 배춧잎을 뒤지다가
또 근처의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그래도 허기진 배를 채우지 못해도
나는 개의하지 않는다
비는 계속 그치지 않고
나는 어슬렁 어슬렁 걸어서
시장 옆 골목 어느 집 담벼락 밑에
아주 편안히 네발로 엎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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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태